2009/11/30 22:00 :: 소소일상
마감일 열흘 전.
강아지가 무지 아팠다.
왠지 비실비실하며 끝내 뒷다리를 절고 다니던 우리집 강쥐 폼이.
8킬로에 육박하여 비만으로 치달아 주변을 걱정스럽게 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시도한 다이어트 탓인지 뭔지 5킬로 미만으로 체중이 줄고
절뚝거리는 뒷다리를 노인성 관절염 정도로 치부한 나는 병원 예약을 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폼이는 엄청난 양의 고름과 농을 생식기로부터 쏟기 시작.
그게 시작이었다.
나는 즉시 병원으로 달려갔고 진단을 받았다.
10세 전후의 암캐들이 잘 걸린다는 바로 그 자궁 축농증.
노령이라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 건강한 편이므로 간단한? 수술을 해서 자궁을 들어내면 될 줄 알았는데
혈액검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혈소판 수치가 정상견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요. 수술을 감행한다면...매우 위험해요.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고 다행히 깨어난다 해도 수술 후 회복이 더디거나 위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10년 동안 감기 한 번 걸린 적도 없는 건강했던 그넘.
처음으로 나는 폼이와 영원한 이별을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망연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취약을 투여하는 순간까지 폼이는 불안하게 그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려 애썼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좀 후에 다시 만나자."
불안해하는 그 녀석 앞에서 눈물을 보여 놀라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금방 큰 눈이 감긴다.
수술이 시작되고 나는 울었다.
이런 날이 언젠가는...하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건만
아직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다.
그날은 너무도 추웠다.
수술은 별 문제 없이 끝났고 별 문제없이 폼이는 깨어났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의사 말에 의하면 강단있고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라 잘 견디는 거란다...
강아지에게도 낙천적인 성격이란 게 존재하는건가??;;
소심한? 의사는 잘 견디고 먹을 것도 잘 먹어주는 폼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부족한 혈소판 수치는 빠르게 회복되어도 정상과는 좀 멀다...;;
잘 견디는 것과 고통스러운 것은 별개 문제다...

마감기간 내내 그림을 그리면서 옆에 누워 아파하는 그 녀석을 계속 봐야했다.
부족한 피로 인한 심장 폭주로 그 작은 갈비뼈가 울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수술 전후 너무나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것도 모자른지 온갖 집안 대소사가 한꺼번에 터져 앞팎이 너무나도 시끄러워
이번 64회 마감을 할 수 있을까...걱정은 했지만
결국 했다...=_=;;
현재 수술한 상처의 실밥을 뽑기 전이지만 아프기 전과 마찬가지로
맛있는 것을 탐하면서 애교작살로 주변에 매달리고 있는 활발한 폼이를 보고 있노라니...
불과 두 주 전인데....아니 두 주도 안되었는데...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난다.
폼이야, 건강해야 한다.
이별은 좀더 오래오래오래 함께 있다가 되도록이면 마음이 덜 아프게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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